서론 — 늘리기 전에 세어보는 일
매출을 올려야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대개 같다
파는 곳을 늘리자. 맞는 방향이다. 다만 순서를 잘못 잡으면 매출은 늘고 이익은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채널이 하나 늘 때마다 수수료가 붙고 재고가 흩어지고 응대할 창구가 생긴다. 늘어난 매출이 그 비용을 넘지 못하면, 장부상으로는 성장하는데 통장은 비어간다.
그래서 입점 제안서를 쓰기 전에 먼저 계산해야 할 것들이 있다. 네 가지다.
마진 구조
채널 수수료는 생각보다 크게 벌어진다. 자사몰이 3~4%, 오픈마켓이 10~15%, 큐레이션 플랫폼이 20~35%, 백화점과 편집숍 위탁은 30~40%까지 간다. 원가율이 40%를 넘는 제품은 고수수료 채널에 들어가는 순간 팔수록 손해다. 채널별로 감당 가능한 마진 하한선을 먼저 정해두어야 한다.
가격 정책
채널마다 가격이 다르면 어느 MD도 신뢰하지 않는다. 자사몰을 최저가로 두면 입점 채널이 항의하고, 플랫폼을 최저가로 두면 자사몰이 죽는다. 정가는 통일하고, 채널별 차이는 구성이나 사은품으로 두는 편이 안전하다.
운영 여력
채널 하나가 늘면 재고 배분, CS 창구, 정산 확인, 상세페이지 규격 대응이 함께 늘어난다. 1인이나 2~3인 브랜드가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채널은 현실적으로 서너 개다. 다섯 번째부터는 관리가 아니라 수습이 된다.
입점 자산
MD가 요구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자료다. 제품 사진, 상세페이지, 브랜드 스토리, 기존 판매 실적, 리뷰 수. 이게 없으면 좋은 제품도 검토 단계에서 걸린다.
채널을 늘리는 일은 판매처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대상을 늘리는 것이다.
제1부 — 채널 지도와 진입 순서
어디부터 열 것인가에 대한 다섯 단계
1단계 · 통제 가능한 자기 채널
자사몰(아임웹, 카페24, 식스샵)과 스마트스토어. 마진이 가장 높고 고객 데이터가 남는다. 여기서 안 팔리는 제품은 다른 데서도 안 팔린다. 판매를 검증하고 리뷰를 쌓는 자리다.
2단계 · 검증과 노출을 동시에
크라우드펀딩(와디즈, 텀블벅)은 신제품 수요 검증, 초기 매출, 언론 노출, 그리고 MD에게 보여줄 실적을 한 번에 만든다. 스몰 브랜드가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다.
3단계 · 큐레이션 커머스
29CM, W컨셉, 오늘의집, 컬리, 무신사, 아이디어스. 취향으로 고르는 채널이라 서사가 있는 스몰 브랜드에 유리하다. 여기 입점했다는 사실 자체가 다음 채널을 향한 신뢰장치가 된다. 다만 수수료가 높으니 마진을 먼저 맞춰야 한다.
4단계 · 오프라인
성수와 한남과 연남의 편집숍, 백화점 팝업, 라이프스타일 셀렉트숍. 팝업은 매출보다 세 가지를 얻는 자리다. 실물 반응 확인, 콘텐츠 소재, 바이어 접촉. 팝업 한 번이 다음 입점 제안서의 근거가 된다.
5단계 · 오픈마켓과 해외
쿠팡은 검색 수요가 명확한 생필품 성격이 아니면 스몰 브랜드에 잘 맞지 않는다. 가격 경쟁으로 끌려간다. 해외는 아마존이나 큐텐보다 현지 편집숍 소량 수출로 시작하는 편이 리스크가 작다.
수수료에 관하여 — 위 숫자는 업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범위를 옮긴 것이다. 카테고리와 브랜드 규모, 협상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계약서의 수치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제2부 — 가장 많이 놓치는 매출원
소비자 채널만 들여다보느라 안 두드리는 문
B2B
기업 답례품, 임직원 선물, 호텔과 카페 납품, 지자체 기념품, 브랜드 협업 굿즈. 단위가 크고 반복 발주가 나오며 수수료가 없다. 별도 소개서와 대량 견적표만 준비하면 시작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스몰 브랜드가 이 문을 안 두드린다.
소비자 채널 열 개보다 안정적인 B2B 거래처 두 곳이 나을 때가 많다.
커뮤니티 직판
이미 브랜드를 아는 사람들에게 직접 파는 구조다. 뉴스레터, 멤버십, 오프라인 모임. 수수료가 없고 재구매율이 가장 높다. 무리를 이루는 브랜드에게는 이쪽이 본진에 가깝다.
제3부 — 입점을 따내는 실무
MD가 검토서에서 실제로 보는 것
대체로 넷이다. 우리 채널 고객과 맞는가, 팔린 근거가 있는가,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가, 물량과 CS를 감당하는가.
제안서는 한 장이면 충분하다.
- 브랜드 한 줄 정의
- 대표 제품 3종과 공급가
- 기존 채널 판매 실적과 리뷰 수
- 팝업이나 미디어 노출 이력
- 공급 조건과 최소 발주 수량
대부분의 스몰 브랜드가 여기서 브랜드 철학을 길게 쓰고 실적을 안 쓴다. 순서가 반대여야 한다. 철학은 만나서 하고, 종이에는 숫자를 쓴다.
제4부 — 채널을 안 늘리고 매출을 올리는 길
넓히기 전에 새는 곳부터 막는다
확대에는 비용이 든다. 같은 노력으로 더 빨리 오르는 경우가 많다.
- 객단가 — 세트 구성, 무료배송 기준선, 리필과 소모품 라인
- 재구매 — 구매 후 30일 시점 메시지, 정기배송, 재입고 알림
- 전환율 — 상세페이지 첫 화면, 리뷰 노출, 배송과 교환 정보 명시
기존 채널 전환율을 1%에서 1.5%로 올리는 일이, 신규 채널 두 곳을 여는 것보다 빠를 때가 많다.
카테고리에 따라 순서는 달라진다. 식품이면 인증과 컬리가 먼저고, 패션과 잡화면 29CM와 팝업이 먼저다. 품목과 현재 채널, 월 매출 규모를 놓고 보면 훨씬 구체적인 순서가 나온다.
작은 브랜드에게 부족한 것은 판매처가 아니라 판단의 순서인 경우가 많다. 무리를 이루는 물고기들도 아무 방향으로나 흩어지지 않는다. 함께 움직이는 동안 형태가 생기고, 그 형태가 저들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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